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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창열
뜻이 맞는 수원 문인 몇몇이 식사 모임을 한다. 광교산 자락의 호젓한 우렁쌈밥 집에서 상추쌈을 싸는데, 1월 중순이라 창밖에 흰 눈이 펄펄 내린다. 쌉싸름한 약초 막걸리가 맛있는 집인데, 건강 문제로 이 좋은 걸 마음 놓고 마시지 못하는 분도 있어 짠하다.
문인들이니 재미있는 시를 가지고 와서 읽기도 하고, 책을 낸 사람을 축하해 주기도 한다. 교사나 교장 출신이 많다 보니 학교 시절 에피소드가 자주 화제에 오르는 편이다.
오늘은 시험 성적표 이야기가 나왔다. 원칙대로 채점하다 보니 30점 40점도 나오곤 했는데, 성적표를 부모에게 들고 갈 아이의 낙담을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틀린 부분만 1점씩 빼는 방식으로 거의 90점 이상을 주는 동료를 보고서는 깨달은 바가 있었단다.
어려서부터 제대로 인성을 길러주는 교육이 되어야 하는데, 점수로 너무 기를 죽여서야 하겠느냐고 했다. 가정 통지표에 ‘도벽이 심하다’라고 기재하는 경우까지 있었다며, 안 좋은 것은 되도록 기록에 남기지 않는 것이 교육 목표에 부합한다는 논리였다.
대학 시절을 돌이켜보면, 제자들의 장래를 생각해서 점수를 후하게 주는 교수들이 대부분이지만, 그중에 유독 깐깐해서 점수를 짜게 주는 교수가 있었다. 캐릭터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두 부류 모두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수사학 교재에는 범죄 피의자를 신문할 때 강온 양면책을 구사하라고 씌어있다. 아주 힘들고 심하게 다루는 쪽과 야식을 사다 주며 부드럽게 다독이는 쪽으로 편을 갈라 진행하다 보면, 결국 잘 대해주는 쪽에 털어놓는단다.
부모가 자식을 교육할 때도 역할을 나누어 아버지는 엄격하게, 어머니는 부드럽게 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들 한다. 강온 양면책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착한 놈만 가지고 영화가 되지 않듯이, 악역도 때로는 필요한 모양이다.
이 세상에는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다. 불이 있고 물이 있으며,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한다. 서로 대립하는 듯하지만 서로 의존하고 있다. 교육도 조화를 이룰 때가 최상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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