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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창열
도박은 마약과 같다. 중독성이 강해서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시골에서도 노름에 빠진 사람은 스스로 손가락을 잘라도 다시 한다는 말이 있다. 내 큰누나가 시집가서 살던 산골 동네에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었다.
SBS-TV가 방영한 드라마 『대박』에서는 노름에 미친 백만금(이문식 분)이 판돈이 떨어지자 마누라 복순이를 건다. 예전에 한국이나 이웃 중국에서 노름빚으로 마누라와 딸을 팔아넘기는 경우가 있었다고 들었다.
내 아버지는 나이 스물에 노무자로 도일하였는데, 동료 중에 힘들게 번 돈을 번번이 노름판에서 홀라당 날리는 자가 있었다고 한다. 따가기만 하던 타짜도 너무 딱했던지, 하루는 “내 재주를 봐라! 이런데도 당신이 날 이길 수가 있겠는가?”라며 기기묘묘한 화투 재주를 보여 주더란다.
내 고향 시골 마을에 정 아무개라는 부농이 있었는데, 추수가 끝나고 농한기가 되면 머슴과 마주 앉아 화투를 쳐서 새경 주었던 것을 도로 홀랑 따버린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도박의 이런 폐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도박을 금하고 엄하게 처벌한다. 그런데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와 애틀랜틱시티, 마카오, 모나코, 우리나라의 정선처럼 재정 수입 때문에 예외적으로 허용해 주는 곳도 있다. 모나코는 도박 관련 세입이 얼마나 많은지, 다른 세금을 일절 걷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성격상 도박을 좋아하지 않아, 어릴 때 그 흔한 짤짤이 동전 따먹기 한 번 한 적이 없다. 여행 중에 라스베이거스와 모나코에 들렀을 때도 구경만 했다. 도박의 도시에서 맛을 보지 않고 오는 것도 바보라지만, 재미 붙여서 계속하다가는 결국 탈탈 털린다는 생각에 해보고 싶은 욕구 자체가 없었다.
취직되어 직무교육을 받을 때, 일반교양과목에 고스톱과 포커, 마작이 들어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민화투밖에 칠 줄 몰라서 다른 동기가 포커를 배울 때 나는 고스톱부터 익혀야 했다. 한 마디로, 잡기 쪽은 젬병이었다.
한편, 60년대 말에 나온 국산 영화 『단벌 신사』는 당첨된 복권을 넣어 둔 양복을 분실하였다가 천신만고 끝에 되찾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미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TV 시트콤 『프렌즈』(1994-2004)에서도 예외 없이 복권 소동이 등장한다.
이처럼, 도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코미디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했다. 허영에 들뜬 인간의 심리를 풍자하는 데 이만한 게 따로 있겠는가. 어쩌면 인간의 본성 자체가 도전과 모험을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닐는지.
* 제3 수필집 『워낭소리의 추억』(2021년)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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