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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창열/수필가. 시조시인
자동차가 기름 없이 달리고, 운전자 없이 운전한다. 전기충전 튜브는 징그러운 뱀처럼 스멀스멀 스스로 주유구를 찾아 전기를 먹여준다. 택시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진공 튜브 안을 달리는 열차는 축지법을 쓰는 듯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멈출 줄 모르고 기계는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뇌 속에 칩을 심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데이터가 가득한 칩을 심으면 힘들게 공부할 필요가 없다. 비싼 어학연수를 떠나지 않고도 외국어를 구사하고, 격투 기술과 헬기 조종법을 몇 초 만에 다운로드해서 써먹는다. 이런 기술이 향후 10년 정도면 완성될 거라 한다.
얼마 전 알파고는 바둑 명인 이세돌을 이겼다. 머지않아 인공지능 로봇이 밥과 청소와 병간호를 대신해 주는 시대가 온다. 퇴근하면, 맞춤 구입한 로봇 배우자가 상냥하게 나를 맞아준다. 바가지를 긁는 법도 없다. 아마 독신자가 늘어나고, 로봇과 결혼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영국 미래학자 이안 피어슨은 “2025년이면 로봇과 성관계를 맺는 것이 흔한 일이 되고, 2050년에는 사람과의 성관계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로봇이 사람과 비슷해지면 거부감이 사라지고 로봇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다. 벌써 그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편 구글은 거금을 투자하여 장수연구소를 만들고, 아프리카의 벌거숭이 두더지 같은 장수 동물의 메커니즘을 연구 중이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이면 인간이 영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라엘리안에서도 현재 50세 된 사람은 영생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영생까지는 몰라도 우리 세대에 인간의 자연 수명이라는 120세는 너끈하지 않을까?
딥마인드 창업자 셰인 레그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는 “2028년이면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2045년 전후로 인공지능의 폭발로 과학기술이 미친 듯 발전하는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한다”고 한다. 슈퍼컴퓨터보다 십만 배 빠르다는 양자컴퓨터가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역사적인 순간의 경계점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이점이 오면, 힘든 노동은 인공지능이 하고, 우리는 이들이 제공하는 기술적 혜택과 무한한 오락거리들을 누리며 영생하는 유토피아가 열린다. 영국 미래학자 아서 클라크는 “충분히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고 했다. 해리포터의 마법 지팡이를 현실에서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예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창작하는 소설 대회가 열렸다. 한 세대 안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예술가 수천 명을 합쳐놓은 듯한 작품을 무한대로 찍어낼 수도 있다. 예술가가 설 자리가 없는 시대가 된다는 뜻이기도 한데, 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 제3 수필집 『워낭소리의 추억』(2021년)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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