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창열 시조
스무 살에 도일하여 뼈 빠지게 번 돈으로
조각 논 열댓 마지기 불하받은 아버지
내 땅에 모내는 감격 논은 신앙이었네
가세가 기운 뒤에 다섯 마지기 내놓자
찾아온 원매자를 어머니가 막아서며
못 판다 악을 쓰시던 정경이 선하구나
온 가족 달라붙어 벼농사를 지었는데
달밤에 모를 찌고 이웃끼리 품앗이도
모낼 때 동생 보라고 입학도 늦깎이로
남자들 써레질해서 못단을 안배하면
여자들 질흙에다 부지런히 내 꽂는데
농사일 안 하던 사람 허리가 끊어지지
이 힘든 모내기를 여자가 하느냐며
충청도 형수가 밥 나르다 질색하네
여자를 부려먹기는 남쪽이 더 심한 듯
물길을 빙빙 돌려 데워진 물 넣어주고
비 오면 넘치잖게 물꼬를 넓혀주고
자식을 돌보는 듯이 지극정성 다하네
모가 안착하면 밀가루 떡을 쪄서
용신에게 풍년 빌고 논두렁에 꽂아두면
새들이 빼먹기 전에 아이들이 해치운다
한가위 다가오면 올벼를 추수해서
쌀밥과 송편 빚어 조상님께 올리는데
이맘때 메뚜기 잡는 재미도 쏠쏠하고
봄마다 반복되는 보릿고개 넘으려고
볍씨 종자 밀수하여 통일벼를 개발하고
집마다 면서기 돌며 파종하라 다그쳤지
건강에 보리 좋다 주구장창 선전타가
쌀을 자급하자 순식간에 쑥 들어가
밥 떡 술 무엇을 해도 쌀만 한 게 또 있던가
로그인 후 이용가능합니다.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