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옥창열 시조
섬으로
뭍사람 신혼여행 관례처럼 가던 제주
막상 나 장가들 땐 표 없어 낭패 봤던
뽕밭이 바다 된 후에 비로소 찾아간다
용연 계곡/용두암 해변
현무암 풍화혈 어우러진 바닷가에
입수를 준비하는 용신의 아들 뒤로
전복을 건진 해녀가 가쁜 숨 몰아쉰다
도깨비길
한라산 도깨비가 심술을 부리는가
시동을 끈 차가 오르막을 올라간다
아서라 신기루 같은 착시현상이겠지
사려니숲길
털머위 삼나무들 땅과 하늘 가리고
내뿜는 숲 향기에 몸 세포 살아난다
바쁘게 내달린 삶에 이런 날도 있구나
도두봉/회 정식
나지막한 언덕 올라 제주시를 조망한 후
회 정식 주문하니 갖은 해물 다 나온다
손님 배 터질 듯하니 선심인가 고문인가
천지연 폭포
신들의 연못인가 검푸른 물 따라가니
울창한 난대림 속 물보라 장엄하다
인간이 미칠 수 없는 조물의 힘이런가
외돌개
파도와 어우러진 장군석 할망바위
전설 품은 바위마다 천하의 절승이다
올레길 유명한 까닭 비로소 알겠구나
석부작 테마공원/협찬 상가
석부작 보여준 후 협찬 상가 끌고간다
매상이 부진하면 사장 와서 덤 올리고
빈손에 그냥 가려니 뒤통수 간지럽다
* 석부작石附作 : 돌에다 식물을 기르는 것
카멜리아힐
수국꽃 만개한 꽃동산을 걸어가니
봄날 오후만 같은 나른함이 찾아온다
때로는 게으름 피우며 느리게도 살아보자
새별오름
저녁 하늘 샛별처럼 외롭게 서 있구나
방목 위해 불 놓던 전통을 계승하여
정월에 홀랑 태우는 들불 축제 열린다네
명도암 마을
김정은 외가라는 명도암을 지나간다
독재자를 낸 마을이 이리도 수려한가
말들이 뛰노는 목장 여기도 한국인가
절물 자연휴양림
이 섬의 허파인가 삼나무 숲 장엄하다
해풍을 막아서며 하늘을 찌를 듯이
상쾌한 자연의 향기 보석보다 값지구나
성읍 민속마을
지붕은 칭칭 엮고 돌담은 얼기설기
돼지우리에 볼일 보는 통시가 재미있다
허술한 대문을 보니 삼무도三無島 실감 난다
* 삼무도三無島 : 거지, 도둑, 대문이 없는 섬
(삼다도三多島는 여자, 돌, 바람이 많은 섬)
섭지코지
탐라 섬 동해안에 좁고 길게 내민 땅
해안가 기암괴석 수석 전시회를 연 듯
이곳도 중국인 자본 걱정이 태산이네
오설록 녹차원
짙푸른 녹차원에 장맛비 오락가락
죽 끓는 날씨 덕에 명품 차 나온다네
싱그런 향기 맡으니 가슴마저 뻥 뚫린다
마라도
배 타고 국토 남단 마라도에 다다르니
외로운 섬 가운데 짜장면집 신기한데
외로운 문주란꽃이 나그네를 반겨주네
한담 해변
물질 가는 해녀와 물허벅 여인 곁에
유구琉球까지 표류했던 장한철 비 우뚝하다
그가 쓴 표류기록은 해양문학 백미라데
* 장한철 : 18세기 과거를 보러 가다
풍랑을 만나 오키나와까지 표류했던 제주 선비
협재 해수욕장
검은 돌 해변 보다 모래 보니 반갑구나
걸친 옷 훌훌 벗고 바다로 뛰어드니
올여름 찌는 더위야 이걸로 퉁쳐보자
아부오름
거신巨神 대할망이 치마로 흙을 날라
한 줌씩 집어놓아 오름이 되었다던가
그중에 주먹을 쳐서 옴푹 패인 아부오름
일출랜드 미천굴
가마에 삶는 듯이 푹푹 찌는 무더윈데
굴 입구 들어서니 찬 바람이 싱싱 분다
한여름 피서 관광에 동굴 말고 또 있는가
교래 자연휴양림
활엽수 밀림을 끝도 없이 오르락내리락
제주 산 얕봤다가 땀 한 바가지 쏟고 나니
그동안 잘 먹은 살이 축나는 듯하여라
집으로
산바람 갯바람에 그을리고 흔들리다
때 되면 갖은 해물 맛집 찾아 요기하고
온 섬에 활짝 핀 수국 꽃길을 걷다 왔네
로그인 후 이용가능합니다.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