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적도/옥창열
배낭 메고 외딴 섬 덕적도를 찾아가니
민어 든 어부상이 우리를 맞이한다
수천 척 어선들 몰려 민어파시 열리던 곳
간척과 남획으로 민어는 간 곳 없고
꽃게잡이 어선 몇 척 오락가락하더니
생선회 너무 비싸서 사 먹기 어렵구나
큰 쑥개 작은 쑥개 친숙한 팻말 지나
까만 호박돌 깔린 자갈해변 들어서서
짙푸른 바다를 보니 세상 시름 달아난다
밀려오는 파도 보며 시상을 떠올리다
가식일랑 훌훌 벗고 바닷물로 뛰어드니
모래 벌 위에 붉게 핀 해당화가 웃고 있다
섬 버스 잡아타고 밧지름해변 당도하니
울창한 솔숲 새로 파도 소리 들려오는
정토가 거기 있었네 황금 모래 어우러진
솔바람 타고 오는 피톤치드 들이키며
버너에 불 피우고 고기 구워 한잔하니
신선이 따로 없구나 부러울 게 없어라
밧지름 뒤로 하고 비조봉을 찾아간다
적송림 헤치면서 한참을 올라가니
하늘과 맞닿은 곳에 정자 하나 우뚝하다
어디선가 임 찾는 소쩍새 울어대고
쌀쌀한 산바람이 살 속을 후비는데
문인 셋 개똥철학은 밤새는 줄 모르네
냉골에 침낭 깔고 들어가 누웠더니
풍찬노숙 이런 건가 집 생각이 간절한데
아침에 일출을 보니 간밤 고생 간데없다
일출에 멍때리다 칼국수 끓여 먹고
서둘러 하산하니 짐 푸는 생선 장수
간재미 펄떡이다가 횟감으로 팔려 가네
회를 뜬 간재미들 희생을 애도하며
쾌속선 올라타니 갈매기 떼 따라온다
이제는 돌아가야지 내가 속한 세상으로
*덕적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에 있는 섬지역이다.
옥창열 제공 : 여행 기간(2021.6.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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