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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창열
성性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히 망설여진다. 흥미 있는 주제긴 한데 한국 사회가 아직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고, 체면 때문에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어서다. 어느 정도까지 수위를 조절해야 할지 걱정하면서 시작해보려 한다.
나는 업무상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니, 외국의 성 풍속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한창 젊었던 시절에는 호기심에 여기저기 출썩거리기도 했는데, 마흔 이후에는 직책이 오르고 후배들 눈치가 보여서 저절로 몸을 사리게 되었다.
중국과 몽골은 곳곳에 가라오케가 많은데, 여자들 수십 명을 한꺼번에 들여보내고 손님더러 고르게 한다. 선택받은 여성이야 좋지만, 선택받지 못하고 대기실로 돌아가는 여성들을 보니 꼭 인간 매매시장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마음이 너무 고와서 그런가?
팁을 얼마간 주면 그들이 지정한 장소나 손님 호텔로 가서 성매매도 가능한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불법이다. 그런데 업주가 대개 단속기관과 유착하여 법망을 피해간다고 들었다.
항저우 공안국 요원들과 현지 가라오케에 간 적도 있는데, 다들 노래를 구성지게 잘했다. 우리 민족이 활쏘기와 음악 같은 동적인 재능이 뛰어나다면 중국 민족은 시와 회화 같은 정적인 재능이 뛰어나다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다.
러시아는 큰 호텔에 투숙하면 로비나 카페에 매춘녀들이 득시글거린다. 관광객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저들이 다가와서 괜히 말도 붙이고, 중간에 끼어들어 사진을 찍자며 야단법석이다.
1995년에 처음 갔을 때는 소련이 무너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인데, 경제가 어려워 청바지 1개 값에 여대생들이 몸을 판다는 말이 있었다. 호텔에서는 시간당 130불을 요구하는데, 30불은 복도마다 지키는 중년여성 보안요원에게 상납한다고 들었다.
태국은 불교국가인데 성 문제에 특별히 관대하다. 번화가인 파트퐁 거리에 가면 나체쇼를 하는 곳도 있다. 입장료가 콜라 1병 값이라 관광객이 득실거린다. 무대에서 남녀가 성행위를 실연하는데, 둘이 부부라고 들었다. 하루에 2번 그 짓을 하는데, 남자는 건장한 태국 원주민이고, 여자는 화교였다.
쇼 도중에 밤거리 여인들이 손님에게 접근하여 거래를 한다. 손님이 묵는 호텔에서 긴 밤에 얼마, 짧은 밤에 얼마 하는 식이다. 마사지 겸 매춘을 하는 업소도 있고, 호텔에서 직원과 흥정하면 여자를 불러줄 정도로 개방적이다.
우리가 가기 전 해에도 호스트 측이 접대 차원에서 출장팀을 나체쇼장으로 안내했는데, 홍일점으로 출장 온 여직원이 “왜 이런 델 데려왔느냐!”고 크게 역정을 내는 바람에 진땀을 뺐다고 한다.
필리핀도 사정이 태국 비슷한데, 음식 향료가 우리와 많이 달라서인지 흑인 몸에서 나는 것 같은 냄새가 난다. 가무잡잡한 동남아계라서 못생겼는데, 스페인 지배를 300년 받은 탓에 늘씬하고 잘생긴 백인 혼혈도 있다.
미국은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주를 제외하면 매춘이 불법인데,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유사 이래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 매춘이 선진국, 후진국을 가리겠는가.
경험자의 말을 들어보면, 호텔 방에 비치된 노란 직업별 전화번호부에서 마사지나 에스코트 서비스를 찾아 전화하면 여자를 보내준다. 화대를 건네받기 전에 여권을 보자고 하는데, 혹시 경찰이 함정수사를 할 수 있어서 그렇단다.
미국 가기 전에 교육을 받기로는, 특히 하와이에서 여자 경찰이 매춘녀로 가장하여 함정수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화대를 건네는 순간 쇠고랑을 차게 되니, 망신살 뻗치지 않으려면 조심하라는 취지였다.
그 외에도 미국에는 남녀 커플이 같이 입장하여 파트너를 바꾸어 즐기는 곳이 있고, 나체쇼를 하는 곳도 심심찮게 있다. 무대 위에서 옷을 하나씩 벗으며 춤을 추는데, 1불을 팁으로 주면 다가와서 더 자세히 벌리고 보여준다. 눈으로 보기만 해야지 터치를 하려다간 떡대가 산만한 흑인 기도가 와서 제지한다.
프랑스 파리 교외의 몽마르트르 언덕은 과거 유명 화가들이 활동한 곳인데, 그곳에도 나체쇼 하는 곳이 있었다. 당시 출장팀에 여직원이 하나 끼어있어 고민하다가 본인 의사를 물어보고 같이 데려갔다. 쇼 방식은 미국과 대동소이했다.
독일과 네덜란드에는 남녀 혼탕이 유명하다. 네덜란드로 유학 간 선배가 혼탕엘 갔는데, 비너스 조각처럼 생긴 소녀가 들어오더란다.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아빠 되는 분이 째려봐서 찔끔했단다. 이어서, 나토NATO 소속 미국 흑인병사 녀석이 성을 내어 팔뚝만 한 물건을 가리지도 않고 꺼떡거리며 돌아다녔다고.
나는 혼탕 구경은 못 했고, 아내와 유럽 패키지여행 중에 영국인 가이드의 안내로 네덜란드 홍등가를 지나가며 구경한 적이 있다. 백인 여성도 있었지만 다리가 짧은 동양인 여성이 더 많아서, 어디서 온 여자들이냐고 물으니, 예전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계라고 했다.
OECD 국가 중에 매춘이 불법인 나라는 한국 등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영업한다. 우리나라도 2015년에 간통죄가 폐지되고 서구문화를 따라가는 추세지만, 아직은 보수적인 분위기가 짙다.
법륜스님은 “문화는 옳다 그르다 단정할 수 없고, 다만 다를 뿐이다”라고 했다. 성 풍속도 문화인만큼, 어느 지역의 것을 놓고 논란을 벌이기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 세 번째 수필집 『워낭소리의 추억』(2021년)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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