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66 회
동네 산책길에 만난 사계
(2020~2021년)
개나리
다산의 집안인가 웬 자매들 이리 많나
산에도 길가에도 일렁이는 노란 물결
눈부신 자태 자랑에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진달래
햇살이 굼뜬 겨울 등짝을 떠밀 때쯤
설렘과 그리움을 한가득 그러안고
분홍빛 물결 일렁이며 해맑게 미소짓네
벚꽃
드레스 지어 입고 함빡 웃는 봄의 신부
시샘하는 바람에 흩날리는 옷 조각
낭군이 올 때까지는 견뎌야만 할 텐데
버들
아지랑이 느물대는 시냇가를 거닐다가
버들가지 꺾어 만든 호드기 입에 물고
서러운 봄날의 추억 악을 쓰듯 잡고 있다
개망초꽃
염천에 백설인가 놀라서 돌아보니
너무 흔해 천더기로 전전하던 너로구나
오늘은 해맑게 웃네 작은 별을 흩뿌렸네
넝쿨장미
담장을 넘나드는 유월의 진한 유혹
이끌려 다가서다 가시 보곤 멈칫하네
아서라 가까이 마라 멀리 두고 보리라
불두화
양머리 천수관음 가지마다 주렁주렁
순백의 단아함은 청정도량 기품일세
세상을 밝혀주소서 정토를 만드소서
찔레꽃
뒷동산 덤불 속에 하얀 향기 풍겨오면
가뭇없이 사라진 유년의 기억들이
한 통의 연서가 되어 소롯이 피어난다
모과
찬바람에 뺨을 맞고 엉겁결에 떨어지다
짓눌려 추한 몰골 서러워 우는 터에
꺼멓게 타들어가네 첫사랑 불길처럼
산수유
눈 속에 너를 찾던 우악스런 남정네들
그래도 그 손길이 싫지는 않았던 듯
봄비에 노란 단장 하고 환하게 웃고 있네
제공 : 옥창열
다음 동영상
총의견 수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이용가능합니다.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