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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창열 시/낭송
나, 용문산 터줏대감
병풍처럼 빙 둘러 에워싼
산봉우리들 호위받으며
절 맞은편 명당자리에
천년 넘게 떠억 하니 가부좌 틀고
요지부동 묵언 수행 중이다
햇빛이 환하게 비칠 때면
하늘 향해 긴 팔 벌려 경배하고
지금도 매일 여든 드럼 물 마시고
가을이면 일곱 가마니 은행을 시주하니
사람들이 이구동성
내 젊은 혈기를 부러워한다
오랜 세월 대웅전 앞에서
석존의 염화미소 대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살아있는 보살이 되어
자식 없는 사람 아픈 사람
힘든 사람 외로운 사람 가리지 않고
내게로 와서 소원을 빈다
나는 묵묵히 듣는다
천 년간 묵묵히 듣고만 있다
들어만 주어도 그들에겐 힐링이 된다
지친 몸 달래주는 어미가 되고
살아갈 힘 북돋는 아비가 되고
삶의 이치 깨우치는 스승이 된다
* 천년 보살 은행나무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용문사 경내에 위치
한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로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
* 옥창열
수필집 : 앎이란 무엇인가1,2
시조집 : 가슴에 사랑을 심자
수상 : 석교시조문학상 / 경기문학인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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