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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 / 옥창열
군위에 들어서니 팻말이 요란하다
식당에도 장터에도 삼국유사의 고장
작년에 면 이름조차 이걸로 바꿨다네
일연찬가 시비 읽고 경내로 접어드니
부도에 송덕비에 존영도 걸려 있고
선사가 남긴 자취가 곳곳에 배었는데
깨지고 이빨 빠진 고려시대 삼층석탑
두 팔 무릎 잘려 나간 통일신라 석불좌상
세월이 쓸고 간 흔적 아프고 처연하다
그 흔한 일주문 금강문도 하나 없고
산만한 가람 배치 어수선한 중창 불사
무심코 내달리다간 지나치기 알맞겠다
둘러친 바위 절벽 학소대가 운치 있고
총림법회 열리던 불교 성지 대가람이
어쩌다 쇠락하였나 옛 영화 어디 갔나
제행이 무상한데 가람인들 성할쏘냐
흥하고 쇠하는 게 세상의 이치거늘
이곳을 둘러보고서 더 크게 와닿는다
전각에 붙여놓은 선사 연표 살펴보니
승과에 장원하고 국사에 올랐다가
못다 한 효를 다하며 사서를 집필했네
여고동시 홍익인간 단군 신화 채록하고
반만년 겨레 역사 민족혼을 일깨우니
민족의 자주 의식이 그로부터 비롯했고
역사의 뒤안길에 숨은 이야기들을
남김없이 엮어내어 후세에 전했으니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리라
절집 툇마루에 앉아 가슴으로 둘러보니
걸어가는 선사의 펄럭이는 장삼 뒤로
천년을 이어온 집념 살아서 펄떡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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