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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맴맴맴 버드나무 숲에서 매미 울음 소나기 쏟아지면
호락질로 콩밭을 매다 약이 바짝 올라 호미로 밭고랑을
가마솥 누룽지 긁듯 박박 긁어대며 풀과 씨름하던 어머니,
손바닥만 한 밭떼기 일구며 사느라 속이 새까맣게 타버린 터에
한여름 옥수수처럼 여문 고생, 쪼글쪼글한 볼우물에 고인 한숨,
울고 싶어도 울 수 없어 암매미처럼 꾹 다문 입술.
땡볕을 온몸에 받으며 잡풀처럼 사셨지.
2
뜨겁던 하루해도 지쳐 길어진 그림자 밭고랑을 덮으면
콩밭 이랑 사이로 햇볕과 그늘 반반씩 골고루 받아먹고 자라
줄기를 씹으면 연둣빛 단물이 입에 고여 찰방거리던 열무 찬거리,
벌레도 먹고 사람도 먹고 사이좋게 나눠 먹던 연한 잎 따서
겉절이 무쳐 양푼에 보리밥 고추장 넣고 쓱쓱 비비던 행복,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몰라 임금 밥상 같은 그 맛.
세상에 가진 것 없어도 부러울 것 없었지.
* 배경음악 : 초연-거마미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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