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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창열
요즘 유튜브에 재미를 붙였다. 밥만 먹으면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보고 시사 토론을 듣다가 머리가 지끈거리면 코미디도 본다. 불청객인 광고가 자주 떠서 아예 약간의 구독료를 내고 광고 없이 보니 편하다.
그러다가, 재야사학자 이덕일 씨가 운영하는 강의를 만났다. 예전에 저분의 책을 사본 적이 있는데, 왜 세력이 일본 열도로 건너가기 전에 영산강 유역에 웅거하면서 가야와 합세하여 신라를 자주 괴롭혔다는 주장이 인상 깊었다. 아산 출신으로 대중에 영향력이 있는 역사 저술자리지만, 스스로 재야사학자라 자처하고 있을 만큼 정설과 거리가 먼 소수설을 주장하는 분으로 알고 있다.
대학에서 역사로 박사까지 마친 분이라 들을 만한 구석도 꽤 있었다. 그런데 들을수록 애국은 혼자 다 하는 것처럼, 입만 열면 강단 사학이 어쩌고 식민사학 카르텔이 어쩌고 하면서, 정통 사학자들을 친일파 매국노인 것처럼 매도하는 게 아닌가! 친일파니 매국노니 하는 말은 원래 좌파들이 우파를 공격할 때 쓰는 전매특허. 남 비난은 엔간히 하고 자기주장만 세우면 좋겠건만, 어째 외눈박이가 두 눈 가진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아니나 다를까 슬슬 정체를 드러내는데, 남한의 강단사학자들이 조선총독부 식민사관을 견지하고 있는 반면 북한 사학자들은 주체적인 사관을 가지고 있으니, 북한의 정신과 남한의 물질이 결합해야 한단다. 심지어는,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말고 개성 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무조건 재개해서 남북이 화해 협력해야 한다는 철없는 주장까지 나아갔다. 미국 눈치를 보지 않고 멋대로 하다가 경제 보복이라도 당하면?
한때 도올 김용옥의 종교철학 강의에 열광하다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 소행 가능성이 0.00001%도 안 된다든가, 6·25전쟁이 1950년에 일어난 게 아니고 수십 년 전부터 배태되었다고 하면서 터무니없이 북한을 비호 두둔하는 모습에 환상을 깬 적이 있었다. 좌파이념에 경도되어 우리 상식과는 전혀 다른 주장과 논리를 펴는 행태가 두 사람이 비슷한 듯하여 서글프다.
이덕일 씨가 비난하는 논점 중 하나는, 한사군이 중국 땅에 있었는데 강단사학자들이 한반도 내에 있었다고 역사를 축소했다는 것. 만일 그런 주장을 했다면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학자적 양심에서 한 것일 텐데, 무조건 친일의 피가 흘러서 그런 것처럼 매도하면 어쩌자는 건가? 일제의 사슬에서 벗어난 지 한 세기가 다 되어가는데, 학자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무슨 득을 보겠다고 일본 앞잡이 노릇을 하겠는가? 양심은 자기만의 전유물인 것처럼 말하면서, 자기네 패거리인 경향과 한겨레신문마저 같은 식민사학 카르텔이라며 싸잡아 비난하는 행태가 영 마뜩잖다.
또 하나는,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200년간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강단사학자들이 추종하고 있다는 주장. 내가 학창 시절 배운 교과서에는 모두, 임나일본부설을 일본이 주장하지만 확실하지 않다는 식이었는데, 어느 강단사학자가 일본의 주장을 추종한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과장인 것 같아서 주장하는 학자의 이름을 한두 사람만 대달라고 했는데, 답변이 없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분은 고려대 김현구 교수를 임나일본부설을 추종하는 친일파라고 공격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다. 최종심에서는 학문의 영역 운운하면서 흐지부지되긴 했지만.
동북아역사재단의 배성준 박사가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했다면서 거품을 물었는데, 이것도 과장이 확실하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독도는 우리 땅인 게 확실하지 않다고 한 것을 일본 땅이라고 했다고 KBS가 왜곡 보도한 것과 같은 경우다. 내가 그동안 영토 문제를 공부한 결론도 이 교수의 주장과 같다.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독도는 일본 땅도 아니지만, 우리 땅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섬이다. 다만, 2차 대전 승전국들이 독도를 한국으로 돌려주도록 결정했고, 현재 우리가 실효 지배하고 있어서 7:3 정도로 우리가 우세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저런 주장을 하면, 좌파들은 무조건 친일파 매국노 토착 왜구로 몰며 공격한다. 이번에도 이덕일 씨 강의 밑에 댓글로 나의 의견을 올렸더니, 좌파들이 반말과 상소리를 하며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분도 일부 있었지만, 좌파들이 월등히 많은 듯했다. 소문에, 사학계를 민중사관 주장하는 좌파들이 장악했다더니 사실이었나.
이들은 우리 역사를 지나치게 확대 과장하는 환단고기를 추종하는 민족주의 좌파들. 역사를 실제보다 축소하여 우리 자신을 비하해서도 안 되겠지만, 이웃 나라 역사서와도 맞지 않고 역사의 발전단계나 고고학적 증거와도 배치되는 과장된 주장을 해서야 되겠는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것까지는 좋지만, 끊임없이 이웃 나라와의 불화를 조장하여 국익을 훼손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원래 좌파는 민족의 경계를 넘어 국제주의를 지향하는데, 이 나라의 좌파들은 어찌 된 셈인지 우파보다 더 민족주의 국수주의 경향을 띠며, 끊임없이 일본과의 불화를 조장한다. 우방인 미국 일본은 사사건건 공격하고 중국 북한과 친하려 한다. 확신에 찬 신념이 가히 히틀러의 나치스를 방불할 지경이다. 현명한 사람일수록 흔들리며, 확신에 가득 찬 돌멩이보다는 차라리 흔들리는 갈대가 낫다는 말이 있다. 갈대는 해를 주지 않지만, 돌멩이는 피를 본다.
일본 역대 총리와 일왕이 여러 차례 사죄했고 조약으로 배상까지 받았으면, 그걸로 대신하고 미래를 위해 극일과 용일 할 생각을 하는 게 정상이 아닌가. 박근혜 정부 때 이룬 위안부 합의는 왜 파기시켜서 이 난리인가.
세계화 시대에 자꾸 우물 안 개구리가 되려 하지 말고 우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일본은 한반도인 다수가 건너가서 세운, 넓게 보면 동족의 나라다. 자꾸 편을 가를 것이 아니라 구원을 잊고 비자면제협정으로 여행 자유를 실현하고 경제를 통합해서 유럽연합처럼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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